정신적 청소년기의 끝 무렵에, 그러니까 20대 초반에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를 향해 뻐큐를 하는 게 유행이었다. 나만의 유행이었나. 아무튼 그랬는데, 얼마 전부터 가끔 사진을 찍을 때 뻐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성숙한 으른인 척을 해야 하므로 얌전히 있는다.
글을 써야 하는데. 영혼이 게을러졌다고 느낀 지 꽤 됐다.
그러다 며칠 전, 뭘 하고 있었더라, 갑자기 "소설 너무 좋아!"라는 애정이 불쑥 튀어 나와 깜짝 놀랐다.
그리고 좀 기분이 좋았다.
엊그제 빌린 조루주 페렉의 책 속에서 초등학생이 쓴 것 같은 삐뚤빼뚤한 글씨의 찢겨진 노트를 발견했다.
해독해보니 자신의 예술과 불안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런 불안, 그리고 특히 이런 글씨를 가진 사람이라면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밤과 낮이 완전히 뒤바뀐 생활을 하고 있는데,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